'선결제'와 민주주의

커피가 보편적 권리인 나라에서는 커피로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안녕하세요!
세계 인권의 날을 놓칠세라 부랴부랴 첫 번째 컨텐츠를 만들게 된 라이프리프터 인사드립니다🙇
저희 첫 번째 소식은 라이프리프터 팀의 한 코치가 받은 커피 기프티콘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12월 3일 계엄 내란 이후부터 라이프리프터 팀원들은 모두 거리로 나섰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팀원 중 한 명이 개인 SNS에 집회 현장을 공유하자,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으로부터 받은 커피 기프티콘입니다.
"국회 근처 카페에 선결제하려고 전화 돌리면 이미 포화상태라고 죄송하다고 한단다..."
12월 7일,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함께한 사람들은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트위터("X"아님.)에는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에 수십 잔 이상의 커피를 선결제하였으니, 결제자의 이름을 대고 가져가라는 글 타래가 이어졌지요. 심지어 한 트위터 유저는 선결제 매장의 정보를 정리해 지도에 표시한 사이트까지 공유해 주셨더라고요🫢

사람들을 이렇게 움직이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선결제 글 타래들에는 주로 시위 참여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며, 시위 참여자들의 "따뜻함"과 "안전함", "무탈함"을 바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선결제를 통해 나누고 싶었던 것은 커피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 참여자들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 의식, 언제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 등. 한 잔 당 4,000원 내외의 커피를 매개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은 나눔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눔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연결하였습니다.
선결제 커피가 커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폴리 지방에는 '카페 소스페소(Caffe Sosepso : 맡겨 둔 커피)'라는 이름으로 전해 오던 전통이 있는데요,
한 손님이 카페에서 자신의 커피를 마시며 추가로 한 잔의 커피를 선지불하면, 그 커피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와서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맡겨두는' 형태로 제공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1유로 내외의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판매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모든 사람의 음료" 즉, 경제적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보장된 문화적 평등의 상징이었던 것이죠☕️
이로써 절대 익명의 커피 선물은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위기 속에서 커피를 받는 이와 주는 이 모두에게 연대감과 인간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 이탈리아에서는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란 페스티벌 조직이 결성되었고, 카페 소스페소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이뤄지며 공유 도시 문화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소스페소 문화는 커피뿐 아니라 음식, 책, 필수품 등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상호 의존과 공유, 연대는 그저 여유 있는 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공기처럼 자연스럽지만 수호해야 하는 민주주의와 같이 우리 삶의 필수불가결한 생존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그 방식 중 하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코칭 소스페소"를 구상하게 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컨텐츠에서 이어집니다!
[코칭 소스페소] 엿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