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과외 선생이 말하는 코칭 vs. 과외

전직 과외 선생이 말하는 코칭 vs. 과외

코칭은 과외랑 뭐가 다른거야?🧐

안녕하세요!

세 번째 글로 찾아뵙는 이시은 코치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친구에게 코칭 제안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받았던 질문은, "과외랑 뭐가 다른 거야?" 였습니다. 그 때 저의 대답은 아주 장황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과외는 지식을 가르쳐주지만, 코칭은 네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코칭을 시작하기 전에 약 7년 간 학원 강사와 과외 선생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왔는데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에 있어서 코칭이 과외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코치는 과제를 못/안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과외 선생이었던 시절, 학생이 숙제를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숙제를 안해온 것에 대해 훈수를 둘지 말지는 과외 선생 개개인의 성향에 달렸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코치는 과제를 못한 것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과외 선생은 학생이 숙제를 못한 것을 문제로 볼 수 있고, 그것을 대체할만한 보충 학습을 시킬 수 있지만, 코치는 클라이언트가 과제를 못하기까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의 과정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즉, 목표 자체가 다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토익 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소라'가 있습니다. 소라는 학원에서 리딩과 리스닝 수업을 듣고, 학원에서 정해준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할 영단어 하루 200개 암기 및 리스닝/리딩 교재 문제 풀이를 숙제로 받아옵니다. 하지만 소라는 매일 스터디를 갈 때마다 영단어는 100개 내외로, 그리고 문제 풀이는 절반 내외로 해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코치는 소라가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영단어를 암기할 때 어떤 방법을 쓰는지부터, 숙제를 어느 시간에 하는지,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건이나 일정은 없는지.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면 소라가 고시원에 살고 있으면서 생계 유지에 필요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가족 관계에서 겪은 일로 생각이 많아져 책상에 앉는 것에 반복적인 저항감이 드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코치는 1)아르바이트를 하고 남는 시간동안 매일 영단어 100개 내외를 암기한 것은 사실 물리적인 시간에 비해 많이 공부한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2)가족 관계에서 겪은 일이 저항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3)더 나아가 생계 유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원 대신 다른 공부 방법을 찾아보는 가능성까지 발견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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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코치는 클라이언트가 과제를 못한 것이, 사실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다른 일들을 잘 관리하려고 했던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성과라는 게, 실제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요인들까지 관심의 영역으로 둬야 나올 수 있다는 걸 코치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들에게 과제를 못한 것은 비난의 영역이 아닌, 관심의 영역인 것이지요.

코치는 응원의 힘을 활용한다

이전에 태희님이 따뜻한 응원의 힘에 대한 칼럼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응원의 힘
심리상담학이 수십년 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내담자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이었다는 것이고, 동시에 내담자들은 이 방식에 현혹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혹독한 조언이 나를 살릴까?] 김창준 위 인용문에서 말하듯이, 요즘 연구들은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해야지 퍼포먼스도 나온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응원의 힘에 대한 태희님의 칼럼

태희님 칼럼에서 요점은 1)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기, 2)감정을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말하기였는데요, 이것이 과외와 코칭의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코치가 응원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방법론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은 클라이언트가 코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걸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과외는 보통 선생님이 해당 과목의 전문가이지요. 그래서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고, 학생은 그것을 따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코치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더 나아가, 클라이언트가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클라이언트가 학생이어도, 작가여도, 개발자여도, 어떤 직업을 가져도, 코치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코치는 판단하지 않고 재해석을 한다.

그렇다면 코치의 전문분야는 무엇일까요?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카톡 캡처본으로 갈음해보겠습니다.

당시 이 친구에게 관계 코칭(aka.갈등관리)을 해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 클라이언트의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에 대해 판단하지 않되 상황을 재해석해주고, 클라이언트의 행동과 상대방의 행동 맥락을 이해해보는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말하자면 코치의 전문분야는, 클라이언트가 겪은 주관적인 경험과 실제 일어난 상황이 충돌하지 않는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이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아까 예를 들었던 소라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게요.

소라는 가족관계에서 겪은 갈등으로 생각이 많아져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소라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가고싶은데, 가족들은 소라에게 대기업을 가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소라는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해서, 다 잘되라는 의미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걸 잘 알지만, 소라는 스타트업에 가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자신만의 목표가 있습니다. 소라는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공부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코치는 여기서 1)소라가 느낀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2)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라의 생각도 인지합니다. 다만, 인지를 하는 것에서 끝낼 뿐, 소라의 답답한 감정을 '없애버려야 할 것' 혹은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등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코치는 소라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족들이 소라에게, 날아다니는 스파게티를 믿는 게 너를 위한 길이라고 한다면, 지금처럼 답답할 것 같나요?" 혹은, "대기업 가라는 소리를 들었을 당시, 그 말을 하는 가족들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소라는 가족들이 소라에게 어떻게 해준다면 제일 편안할 것 같나요?" 등이 되겠지요.

클라이언트의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클라이언트가 겪은 상황을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게 코치가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과외와 비교했을 때 코칭의 특징을 세 가지 이야기 해보았는데요, 코칭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과외와 코칭을 딱 잘라 정의하는 게 아니라, 코칭의 방법론적인 특징을 소개하고 싶었다는 제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